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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산책 21> 김미성의 먼 훗날
인생은 짧고 노래는 길다
―시가 있는 가요 산책 (21)
김미성, 먼 훗날
이승주 (시인)
이런 날에는 이런 노래가 제격이다. 흐린 가을날, 가게 출입문 앞의 현수막이 찬바람에 펄럭이고 거리에 인적 끊어진 이런 날. 두문불출 마음을 닫아건 채 무료한 하루가 지는 이런 때, 느닷없이 내 입에서 노래 한 소절이 흘러나온다. 이 노래를 언제 적에 불렀던가...
<인문학 수프 /싸움의 기술⑮ > 내 이야기는 유쾌하지 않다
싸움의 기술⑮ - 내 이야기는 유쾌하지 않다
/양선규
오래 전 한 선배 작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작가로 살아남는 법'이었습니다.
첫째, 독자들에게(특히 비평가들에게) 너무 어려운 이야기는 쓰지 말 것. 한 눈에 요약이 되는 주제를 고를 것. 둘째, 가급적이면 문장은 3(4),4조에 맞추어 쓸 것(구술에 가깝도록 쓸 것), 두 가지였습니다....
<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1.이 작업을 시작하는 동기
이 작업을 시작하는 동기
/최상윤
요즈음 대중들의 귀글, 즉 복합어나 합성어, 국적불명의 외국어로 순우리말이 애와치는 아우성을 충격적으로 듣게 되었다. 선조들이 물려준 아름답고 도담한 순우리말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앞잡이는 문인들이다.
이제 필자도 팔질(八耋)이 들어선 지 두어 해 지나고 보니 이 무거운 짐을 후배 문인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함이...
<양왕용의 시 읽기 50> 김호길의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김 호 길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오면 더는 천사를 찾지 말아라,
천사들이야 훨훨 하늘로 날아다니지, 허공중에 떠 있겠는가
눈높이를 낮추어 보아라, 천사들은 여전히 사방에 숨어 있으니
왱왱 사이렌 차가 지나가고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뱅뱅 돌고 있으면
그것은 가끔씩 들리는 악마를 쫓는 소리이고, 숨어 있는 천사와 숨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62> 오랑캐 女人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62.오랑캐 女人 /박명호
북한의 중국 국경 부분 한 허름한 식당에서 밥을 시켰다.
허름한 창 너머 풍경도 오래된 풍경이다.
“남조선 신사분이시네”
허름한 식당아줌마 수즙어하면서 인사를 건넌다.
“그렇습니다. 부산에서 왔습니다.”
“저의 할아버지도 부산에 사셨다는...
<제민이 국악 다가가기 26> [율려신서 읽기]#10. 제 1권 제 9편 60조도(調圖)
[율려신서 읽기]#10. 제 1권 제 9편 60조도(調圖)
/제민이(가곡전수자)
60조도(調圖)란 60개의 악조(樂調)를 그린 도표입니다. 악조란 악곡의 선율 구조를 말합니다. 악곡의 선율구조는 두 가지 기존으로 결정됩니다. 하나는 음계(scale)이며, 다른 하나는 양상(mode)입니다.
첫째, 음계란 음을 높이의 차례대로 배열한 음의 층계입니다. ...
<책상과 밥상 사이 > 39. 정해진 것은 없다
정해진 순서란 없다
/윤일현
코로나19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자기 삶의 방식이나 생활 태도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반성과 성찰, 독서와 사색, 질문과 탐색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어진다. 최근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책을 여러 권 쓴 사람에게 물으면 먼저 많이 읽으라고 조언합...
<김종해의 시로 여는 세상> 추석날
추석날 /김종해
할아버지는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구두보다 운동화를 즐겨 신습니다
오늘은 추석
나들이 가기위해
구두를 신을 려고 합니다
신발장에 있는
구두를 꺼내었는데
뒤굽이 달아나고 없고
또 한 짝은 구두 창이 망가졌네요
시베리아가 고향인 청동오리는
신고 갈 구두가 없다고
슬퍼 울고 있네요
할아버지도 고향으로 갈때 까지는
술은 먹지 ...
<중국 현대시 /조민호> 37. 굶주린 짐승
飢 獸
/ 馮至
我尋求着血的食物,
風狂地在野地奔馳。
胃的飢餓,血的缺乏,眼的渴望,
使一切的景色都在我的全面迷離。
我跑上了高山,
儘量地向着四方眺望;
我恨不能化作我頂上的蒼鷹,
因爲它的視線比我的更寬更廣。
我跑到了水濱,
我大聲地呼號;
水的彼岸是一片沙原,
我飢荒的靈魂正好在那沙原上邊奔跑。
我跑人森林裏迷失了出路,
我心中是如此疑猜 ──
宗使沒...
<양왕용의 시 읽기 49>손진은의 이슬
<양왕용의 시읽기 49>
이슬 /손진은
왕관처럼 둘러쓰고 있었다
콩밭도 바랭이도 감나무 잎새도
바알간 발가락의 새들도
새벽 밭길 가다 보면
내 무릎에서 깨지는 고 투명한 심장들이
안쓰러웠다
대기가 추위와 붙어 낳은 그들
하늘 품에 안겨 있다가
벌레 소릴 배음으로
서운거리며 장가드는 왕자들을
손 내밀어 반기는 대지의 신부들
몰래 솟구치...
<서지월의 만주詩行 > 25.밀산역을 가다
밀산역을 가다 /서지월
도산 안창호선생께서 항일독립운동을 했던
만주땅 동북방면 흑룡강성 밀산을 아시는가
연길에서 왕청 지나고 목단강시 가는데 7시간
다시 목단강시역에서 밀산역쯤 거슬러 오르면
도착하는 흑룡강성 밀산역
어디 낯 설은 모스크바나 하바로프스크에 온 듯
중국 냄새 전혀 풍기지 않는
밀산역 내렸을 땐
황혼이 내려와 비단융단 펼쳐주었네...
<인문학 수프 /싸움의 기술 ⑭>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
/양선규
"팔뚝 하나를 잘린 자는 손가락 하나 잘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김서령, <여자전>)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 여시 살아오면서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특히 도박판(승부를 걸던 일들)에서 그랬습니다. 그때의 일들을 자세히 적어서 책으로 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제목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하고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61> 여왕
여왕
/박명호
누군가가 평범한 여자를 무대 위로 소개한다.
무대 아래에는 여왕이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인지 연극 때문인지 금관이 필요하다.
여왕에게 부탁한다.
여왕은 금관을 벗어 빌러준다.
여자는 여왕의 금관을 쓴다.
여자는 갑자기 화려해진다.
여왕의 비단 옷과 금 귀걸이 금목걸이까지 빌려 장식한다.
정말 아름답고 화려하다.
여왕보...
전진의 계절시 / 가을타기
가을 타기 /전진
태울 것이 없으면
라이터를 켜지마라
멀리 가로등 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외로워했고
지폐 몇 장을 만지작거리며
포장마차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도
가을이 깊어진다고 이유를 두었다
누군가 부를 이름도 없이
달은
저 혼자 덩그러니 떠 있고
나목(裸木)이 되어
홍시 한 개가 매달린 감나무에는 까치도 오지 않았다...
<양왕용의 시 읽기 48> 조달곤의 기수역汽水域
기수역汽水域* /조 달 곤
낙동강 하구둑을 지난다
흘러온 낙동강 물이 남해 바다와 만나는 곳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처음 몸을 섞는 곳
그 사랑의 힘으로 사시장철 물아지랑이가 피던 곳
산란을 위해 찾아드는 물고기들의 고향
자연 양수羊水로 넘치는
생명의 자궁이었던
모천이었던
내 어릴 때의 놀이터였던
애기 재첩을 줍고 말똥게와 놀던 곳
그 많...
<김종해의 시로 여는 세상> 가을비
가을비 /김종해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가을비가 귀찮은가
나무잎들도 내리고 있다
푸른 하늘이 버거운가
가을도 내리고 있다
예순 여섯 나이가 무거운가
나의 인생도 흘러내리고 있다
하늘만이 더 없이 높고 푸르다
<중국 현대시 /조민호> 36. 피라는 글자
血字
/ 殷夫
血液寫成的大字,
斜斜地躺在南京路,
這個難忘的日子 ──
潤飾着一年一度 ……
血液寫成的大字,
刻劃着千萬聲的高呼,
這個難忘的日子 ──
幾萬個心靈暴怒 ……
血液寫成的大字,
記錄着衝突的經過,
這個難忘的日子 ──
狩笑着幾多叛徒 ……
五卅喲
立起來...
<가요산책20> 박신자의 댄서의 순정
박신자, 댄서의 순정
/이승주 (시인)
불혹의 나이에도 비밀이 없는 삶은 불행하고 애틋함이 없는 삶은 아름답지 못하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도 이제 늙었구나’ ‘세월이 참 유수와 같구나’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나는 이 말을 무척 좋아했다. 좀 아련하게 애틋함이 있는 삶을 꿈꾸었다. 막연하게나마...
<인문학 수프 /싸움의 기술 ⑬> 수박도 콤플렉스가 된다
수박도 콤플렉스가 된다
/양선규
다산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서울을 사수하라”라고 신신당부한 사실은 너무나 유명합니다(한 번 시골살이에 빠지면 영영 재기가 불가능하니 서울 십리 밖으로는 나가 살지 말라고 합니다). 조선조 사대부가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나라가 따로 있었습니다. ‘시골쥐&...
<서지월의 만주詩行 > 24.추석 달빛
추석 달빛 /서지월
옥수숫대 알 품는 서늘한
바람끼의 하늘 보면
저 달도 저리 밝아
玉童子라도 하나 품은 것일까
묘지 위의 혼들은 구천에 떠돌고
산 자의 옷자락은 이리도
부드럽고 가벼운데
옛기러기는 날아오지 않는다
강은 흐르건만 산이 막혀 못오는가
들꽃처럼 돋아나는 별을 따고
긴 능선의 역사 앞에서
주름진 이마 잘룩한 허리의 강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