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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밥상 사이.> 18.읽고 상상하며 써 보는 한 해
읽고 상상하며 써 보는 한 해
신축년 새해가 밝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 말이다. 코로나19의 3차 유행으로 모든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정초의 한파로 사람들은 더욱 간절하게 봄을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 아이들은 따뜻하게 군불을 땐 방에 이불을 펴고 그 속에 발을 넣고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곤 했다. 할머니는 주로...
<최서림, 시를 그리다 15> 잔광
잔광(殘光) /최서림
해는 서걱서걱하게 넘어가고 또 넘어가고
세상 한 귀퉁이에서 여윈 귀뚜라미로 살아가고 있을 너는
나의 숨구멍이었다
하현달같이 색 바랜 그리움으로 돋아난 더듬이만으로도
너의 흔들리는 주파수를 짚어낼 수 있었는데
배밀이라도 해서 다가가고 싶었는데,
너의 젖은 날개 하나 말려줄 수 없는 나는
다가갈수록 그만큼 더 잃어버리고 마...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9> 미투 투미
미투 투미
친구 아내가 입원한 병원 정원에는 라일락 향기가 가득했다.
병동에 들어서도 향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간호사와 둘만 타고 올라간다.
그녀는 5층 나는 6층.
4층 지나고 5층이 다가오자 간호사는 내리려고 입구 쪽에 선다.
입구 쪽에 선 그녀의 뒤태가 예쁘다.
특히 목덜미가 참 예쁘다고 생각하는 찰나
어머나, 어머나!
...
<김종해의 시로 여는 세상> 가을비
가을비 /김종해
연재소설/ 대가야제국의 부활 (2)
대가야제국의 부활
김하기
제1부 하지태왕과 장수왕(2)
여옥왕비가 고구려로 떠나는 날이었다. 대가야의 마지막 희망인 하령왕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참살당하고 왕비도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소후가 되어 떠나는 날, 가야의 하늘도 슬픈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그예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쳤다. 가야산 정상에 있는 가야의 시조신 정견모주의 사당은 벼락을 맞...
<중국현대시/ 조민호> 4.벗풀 화분
慈姑的盆
/周作人
綠盆裏種下幾顆慈姑 ,
長出青青的小葉。
秋寒來了,葉都枯了,
只剩了一盆的水。
清冷的水裏,蕩漾著兩三根
飄帶似的暗綠的水草。
時常有可愛的黃雀,
在落日裏飛來,
蘸了水悄悄地洗澡。
<一九二〇,十,二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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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산책 35> 백야성의 못난 청춘
백야성, 못난 내 청춘
/이승주 시인
누구를 원망해 이 못난 내 청춘을
분하게도 너를 잃고 돌아서는 이 발길
아~ 야속타 생각을 말자 해도
이렇게 너를 너를 못 잊어 운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부디 부디 행복하여라
쓰라린 이별에 사랑을 빼앗기고
돌아서는 발길 위에 떨어지는 이 눈물
아~ 무정타 누구를 원망하랴
이제는 너를 너를 찾지 않으마...
<양왕용의 시읽기 17> 김종기의 매산에 올라
매산梅山에 올라
김종기
산마루에 노을이
가볍게 내려와 앉아 있다.
하행선 상행선이 멈추고 떠나노라
순천역 기적 소리가 아득히 꽃힌다
귓불까지 붉은 땀이 흐른다
오르는 매산 숲길이
부는 바람보다 수선스럽다
귀소歸巢한 새들이
저녁밥을 짓기 때문일까
토끼풀 성성했던
선교사 집들이 몇 채 안 남았고
우뚝 선 먼 아파트와 똘똘한 양옥들이
아...
제민이의 국악 다가가기<14> 왜 국악인가?
왜 국악인가?
/제민이 가곡전수자
왜 국악을 해야 하는가? 음악은 세계의 공통어이므로 그냥 음악을 하면 되는 것이지 특별히 국악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국악을 하는 사람들도 이런 물음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하거나, 신토불이라고 하면 너무나 공허하게 들립니다....
서지월의 만주詩行(13) 서성산 홀승골성의 노래
서성산 홀승골성의 노래 /서 지 월
눈 덮인 만주벌판
환인땅에 우뚝 솟은 홀승골성에 올라
나는 보았다
머리 위로는 새벽별 얹고
그 이마의 눈썹 언저리쯤
까마귀 몇 마리 날리며
2천년 침묵의 잠에서 깨어나
어둠 밀어내고 있는 장엄한 몸짓을
발 아래 비류수 짙푸른 살결은
푸들거리고 있었는데
아아, 해모수가 오룡거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처...
연재소설/ 대가야제국의 부활 (1)
대가야제국의 부활 /김하기
<연재를 시작하며>
고대가야의 역사는 기원전부터 6세기 중반까지 600여년이나 된다. 백제 700년, 신라 1000년이지만 고려가 450년, 조선이 500년이라고 볼 때 가야의 명맥은 우리 역사에서 상당한 기간을 차지한다. 하지만 고대국가 중 가장 먼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잊혀진 제국이 되고 말았다.
문예타임지에...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7> 가을비와 함께 사라지다
가을비와 함께 지나가다 /박명호 소설가
간밤에 가을비가 지나갔다.
그와 함께 뭔가 급하게 지나간 것이 있었다.
나는 아침부터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에 잡혀 있었다. 분명히 가을비와 함께 급하게 지나간 것이 있었다. 천천히 뒷산을 오르면서 생각해 본다. 뒤태가 예쁜 여자가 앞을 가며 자꾸만 생각을 방해했다. 눈길을 옆으로 ...
안기태 시사만평
<중국현대시 /조민호> 3.연서에 담긴 키스
郵吻
/刘大白
我不是不能用指頭兒撕,
我不是不能用剪刀兒剖,
只是
輕輕地
很仔細地挑開了紫色的信唇;
我知道這信唇裏面,
藏著她秘密的一吻。
從她底很鄭重的折疊裏,
我把那粉紅色的信箋,
很鄭重地展開了。
我把她很鄭重地寫的,
一字字一行行,
一行行一字字地
很鄭重地讀了。
我不是愛那一角模糊的郵印,
我不是愛那满幅精致的花紋,
只是緩緩地
輕輕地
很...
<가요산책 34> 이동원의 이별의 노래
이동원, 이별 노래
/이승주 시인
원래 시는 노래였다. 시의 본령은 음악적, 율격적 요소를 함유한다. ‘~곡(曲)’, ‘~가(歌)’, ‘~사(詞)’ 등이 말해 주듯 우리 문학에 있어서도 근대문학 이전까지는 ‘시문학(詩文學)’이 아니라 ‘시가문학(詩歌文學)&r...
<최서림, 시를 그리다 14> 박목월의 윤사월
윤사월 /박목월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기대어 엿듣고 있다.
<김종해 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그대의 겨울
그대의 겨울 /김종해
<인문학수프 19>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다
미셸 푸코(1926~1984, 프랑스의 철학자. 정신의학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했으며 서양문명의 핵심인 ‘합리적 이성’의 독단적 논리성을 비판하고 소외된 비이성적 사고, 즉 광기(狂氣)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의 역사성을 논구했다)를 두어 사람의 동료들과 함께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 젊어서(마음만?) ‘공부...
<가요산책 33>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하수영,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이승주 시인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시린 손끝에 뜨거운 정성 고이 접어 다져온 이 행복.
여민 옷깃에 스미는 바람 땀방울로 씻어온 나날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미운 투정 고운 투정 말없이 웃어넘기고
거울처럼 마주보며 살아온 꿈같은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