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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밥상 사이> 17. 위엄과 기풍, 고결한 정신을 갈망하며
위엄과 기품, 고결한 정신을 갈망하며
신축년 첫날부터 사람들이 뜸한 산과 들, 강과 호수, 바다를 찾아다니며 매일 만 보 이상 걸었다. 철새의 자맥질, 고라니의 뜀박질, 홍시를 쪼아 먹는 동박새, 강변 왕버들, 절벽의 해송, 눈이 시리도록 파란 겨울 하늘과 조각구름 등 자연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모습은 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모처럼 마주하는 한겨울의 ...
<양왕용의 시읽기 16> 김미순의 포항에 가면
포항에 가면
-물회를 먹으며
/김미순
오늘은
되도록 크고 넓은 그릇을 준비하자
가자미, 광어, 우럭, 도다리
아니야
한치, 오징어, 소라, 싱싱한 전복도 데려와야지
오이, 양파, 당근야채는 날씬하게 채 썰고
매콤한 고추장과 고소한 참기름도 듬뿍
배 사과로 맛을 낸 살얼음 물을 살짝 부어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비빈 후
물을 마시듯 벌컥...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7> 새끼꼬기
새끼 꼬기
/박명호 소설가
녀석은 중3이 되자 질문 병이 더 심해졌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 물이 된다.
선생님 물이 되면 어떻게 됩니까?
물이 되면 흘러가기도 하지.
흘러가면 어떻게 됩니까?
강으로 가지.
강으로 가면 어떻게 되는데요.
녀석의 질문은 끝이 없었다. 학교에서 녀석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새끼 꼬기를 반복하는...
<김종해 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겨울 섭지코지
겨울 섭지코지
/김종해
<중국현대시 /조민호> 일념 /호적
一念
/胡適
我笑你繞太陽的地球,一日夜只打得一個迴旋;
我笑你繞地球的月亮,總不會永遠團圓;
我笑你千千萬萬大大小小的星球,總跳不出自己的
軌道線;
我笑你一秒鐘行五十萬里的無線電,總比不上我區
區的心頭一念!
我這心頭一念:
才從竹竿巷,忽到竹竿尖;
忽在赫貞江上,忽在凱約湖邊;
我若真個害刻骨的相思,便一分鐘繞遍地球三千萬轉!
注 : 竹竿巷,是我住的巷名...
<가요산책 32> 나훈아의 영영
나훈아, 영영
/이승주 시인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
그런데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어떻게 잊을까 어찌하면 좋을까
세월 가도 아직 난 너를 못 잊어하네.
아직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나봐.
아마 나는 너를 잊을 수가 없나봐.
영원히 영원히 내가 사는 날까지
아니 내가 죽어도 영영 못 잊을 거야.
까맣게 잊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왕용의 시읽기15> 정성수의 열 개의 손가락
열 개의 손가락
/정성수
그렇지
나는 지금
열 개의 발가락으로
지구별 밀어내고 있지
그래
나는 이 순간
열 개의 손가락으로
우주 한 자락 끌어당기고 있지
그리하여
무한히 다가가는 것이다, 나는
지평선 너머 저쪽으로
가장 뜨거운 별
만날 때까지
하느님이
나의 알몸 포옹할 때까지
열 개의 손가락이
으스로지게 하느님 끌어안을 ...
<김종해 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행로
行路 /김종해
<강석하의 짧은 시 > 오류
오류
강석하 시인/소설가
리트머스 시약 같은 것 없을까
그대의 마음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
그때 그때 알아볼 수 있는
웃는 얼굴로 울고
우는 얼굴로 웃는
그대
무얼 바라는지
헤아릴 수 없어
웃고 싶어할 때 울리고
울고 싶어할 때 웃긴다
.............
아직도 종종 그대 꿈을 꾼다.
그대의 기척이 어렴풋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6> 낙화
36. 낙화
/박명호 소설가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철수는 속된말로 ‘때려치워버리기’를 잘하는 습성이 있다.
지인들은 ‘철수’라는 이름 때문에 철수를 잘 한다고 비아냥댔다.
이미 초등학교 일 학년 시절 반장에 뽑혔으나 때려치워버렸고
중학교는 이 학년에 자퇴를
...
<책상과 밥상 사이> 16. 코로나와 독서
16.코로나와 독서
코로나19는 학교와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교실 수업을 받고,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공교육이 제공하는 학습 활동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했다.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장난을 치고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 나가 뛰어노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축복인가도 알게 했다. 비대면 온라인 원격 수업은 학습 격차뿐...
서양화가 예유근의 시간 기억
서양화가 예유근의 시간 기억
-기억의 더께 아홉 – 오만과 갈등,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후기 시절
난 늘 궁금하다.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그리고 만약 우주에 끝이 있다면, 그 끝 너머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상의 끝 너머 존재하지도 않는 우리들 인생의 행로처럼 못 가 보았지만 가보고 싶은 길, 파랑새에 대한 회한은 가봐야 알 수...
<가요산책 31> 김상진의 고향이 좋아
김상진, 고향이 좋아
이승주 (시인)
오늘날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고향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신유목민의 시대라 그런지는 몰라도 고향의 시샘(詩泉)은 많이 마르고 메워진 까닭인지 모른다. 그리고 가요에 있어서도 예전의 흘러간 가요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많았지만 요즘 신세대들의 노래에서는 고향을 찾기 힘들다. 시에서도 노래에서도 고향이 자...
제민이의 국악 다가가기<13> 본래의 계면조는 민속악에 남아 있어
본래의 계면조는 민속악에 남아있어
-계면조는 원래 서름조이다
/제민이<가곡전수자>
영화 대부 1의 서두는 명암의 대비로 유명합니다. 어두운 방에서는 대부에게 한 남자가 딸을 폭행한 남자를 죽여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때 바깥에서는, 태양이 환히 비치는 정원에서는 대부의 딸 결혼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어둠과 밝음은 인간 세상을 구성하는 상반된 두 국면입니...
<양왕용의 시읽기14> 하현식의 사마리아 2
사마리아 2
/하 현 식
지하철 낮은 승강장에 내려서면
소모되어가는 지상의 소음이
더욱 깊게 줄을 서서 달려왔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기계음의 여진이
신명나는 기억을 몰아오고
하늘로 향하는 번민 한 자락씩
개찰구를 빠져 나갔다
빗금 그어진 시멘트 바닥에는
애잔한 외국어들이 묻어 있고
트라우마를 다독이는 아침이
가까스로
거대한 침묵을 받쳐...
강석하의 짧은 시
처서
보이지 않는다고
모를 것인가
내일은 처서
꿈자리는 아직도
땀에 젖는데
옛 우물 속에서
달빛이 차다
들리지 않는다고
모를 것인가
목멱산 산자락에
묶여 우는 바람 소리
밤새워 귀뚜리는
무엇을 우나
..............
본격적인 겨울 추위의 한복판에서
지난 여름을 생각한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온몸이 후줄근히 젖어 있었...
<철학자 가라사대> 5. 김홍희의 곱창 골목
곱창 골목의 아이---
김홍희의 ‘문현동 곱창 골목’ 사진(부산일보 2003. 7. 18. 27면)을 보고
한국 사회의 폐쇄성은 문현동 곱창 골목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열린 사회에는 의견의 대립을 해결할 공동의 진리가 존재하지만, 닫힌 사회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모두 자기 집단의 신념을 보편적 진리라고 우겨대는 우리의 억지 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5> 겨울잠
겨울잠 /박명호 소설가
입안이 이상해서 거울을 보니 혓바닥에 머리카락이 여럿 묻어 있다.
손가락으로 가만히 끄집어내니 머리카락은 목구멍 속까지 이어져 있다.
한참을 당겨내도 머리카락은 속에서 계속 끌려나온다.
그제는 양손으로 막 당겨도 머리카락은 실타래처럼 풀어져 나온다.
땀까지 뻘뻘 흘리며 머리카락을 끄집어낸다.
그래도 끝이 없다.
종국엔 내...
서지월의 만주詩行(12) 오빠라는 말
오빠라는 말
/서지월 시인
주몽이 대고구려를 건국한
고구려 제1도읍 환인에서
택시 잡아타고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
고구려 제2도읍 집안을
2016년 12월 31일 갔는데
마중 나온 분은, 나하고 동승한
환인조선족학교 봉창욱선생
제자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셨네
그 제자 학교 졸업하고 타향에서
직장 다니고 있는데 위챗에서
자신의 고중학교...
<가요산책 30> 주현미의 짝사랑
주현미, 짝사랑
총총한 별은 하늘로 올라간 눈물.
―이승주, 「갈대」 중에서
'눈물’과 ‘별’이야말로 삶의 은유이자 서정의 본질이며, ‘눈물’과 ‘별’이 같은 뿌리에서 발현된 것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문학이요 예술이다.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아직 몰라 난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