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사 전체 보기
총 1872건, 84/94 페이지
<가요산책 26>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낭만이 사라진다. 나이 들면서 낭만이라는 말을 참 못 들은 지 오래다. 지금 낭만이라는 말은 우리 가슴 속에 화석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일까. 낭만이 꼭 로맨스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하더라도 낭만이라고 하면 먼저 로맨스가 연상된다. 로맨스는 모든 것이 풍족하게 갖추어질 때보다 정서적으로 가난할 때 아름다움을 더한다. 또한 그것은...
<부산文人 50인 얼굴> 소설 동화 희곡 초장르의 거장 김문홍
<2020.11. 김홍희>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30> 사랑의 기술 2 -염화미소拈華微笑
사랑의 기술 2
-염화미소拈華微笑
다방면에 재주가 뛰어난 황에게 결정적 흠이 하나 있었다.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장가는커녕 마음먹고 접근하는 여자마다 족족 걷어 차였으니 연애 한번 못했다. 그렇다고 사내로서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통 이상의 외모에다 일류대 출신으로 요즈음 잘 나간다는 철밥통 직장까지 겸비한 사내이고 보면 ‘팔방미...
<가요산책 25> 진성의 안동역에서
진성, 안동역에서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어차피 지워야 할 사랑은 꿈이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
<양왕용의 시읽기 9> 명절, 일장춘몽/배재경
명절, 일장춘몽
배재경
오래만에 가족이 모였다
서울과 일산 구미 부산에서 모인 형제들의 웃음이 아
지랑이마냥 피어 오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랭이논같은 주름을 활짝 열고 차
례상보다 자식들에게 먹일 음식과 사 보낼 물건 마련에
1주일 전부터 부지런히 시골장 순회했다
그렇게 명절은 찾아들고
그렇게 집나간 자식들도 찾아들고
그렇게 가족들은 둥...
서지월의 만주詩行(10) 용정 윤동주시인 묘소의 들국화
용정 윤동주시인 묘소의 들국화
들국화야 들국화야
모진 세월 탓하랴
하늘을 원망하랴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데
들국화야 들국화야
너는 피어서
가늘은 허리 휘청이며
불어드는 바람에
애써 갸날픈 눈웃음 피워내는데
어이타 님은 가고
너만 홀로 남겨졌단 말이냐
들국화야 들국화야
밤이 오거든 고운 눈망울의
별이랑 뽀뽀하며
아픈 마음 달래거...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29> 비둘기와 개미
비둘기와 개미
졸졸졸 시냇물이 흘러갑니다.
맑은 시냇물에 파아란 하늘이 담겨 있습니다.
부는 바람에 잔물결이 곱습니다.
나무 위 비둘기는 그런 시냇물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때 어디선가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살려주세요!”
개미가 냇물의 얕은 물살에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비둘기는 나뭇잎을 따서 아래로 던지려다...
<인문학수프16> 낙타와 바늘귀
낙타와 바늘귀
생경한 비유가 종종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소리 나게 찢어놓는 글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시인들은 낯선 비유를 찾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비유의 대가라는 면에서 예수와 시인 이성복은 많이 닮았다. 어법이 비슷하다. 한 마디 한 마디가 핵심에 바로 닿는다. 생경한 비유로 과감하게 상식과 편견을 뒤집...
<최서림, 시를 그리다 12> 울음통
울음통 /최서림
울룩불룩 균형이 안 잡힌 내 몸통에는
아담 이래 온갖 울음들이 꽉 들어차 있다.
술 취한 노아의 붉은 울음이 유전자로 내려오고 있다.
북방 초원의 밤바람소리 같은 울음이 알을 까고 있다.
황소같이 눈물 흘리는 아버지의 울음이 소리 죽이고 있다.
메마른 하천 밑을 흐르는 개울물 같은 어머니의 울음이
대를 이어 새끼들에게 젖을 ...
<강석하의 짧은 시> 세노야 세노야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님에게 주고
슬픈 일이면 내가 받는다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얼마나 더 외로워야
얼마나 더 울고 나서야
이런 경지
이르게 될까
.............
아직까지 양희은이 부른 <세노야 세노야>만큼
가슴속에 깊이 들어와서
내 무의식의 일부분이 된 곡이 없다.
혼자 방심한 상태로 늘어져 있을 때
무심코 흥얼거리...
<양왕용의 시읽기 8> 박청륭의 반딧불이
반딧불이
박청륭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그 많은 별 반딧불일 주셨습니다.
온 하늘 뒤 덮은 별, 반딧불이가
봄 방학 마친 개학 첫날
대청소 때,
온천지 날아다니며
우리들 콧구멍으로 들어간 그 많은 먼지들
우리들 몸속에서도
깜빡 깜박 불빛을 밝히며 날아다닙니다.
그날 밤
우리들 달콤한 잠, 꿈 속에서도
환하게 밝혔습니다.
-《문학과 창...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28 > 노인은 달을 보고 있지 않았다.
노인은 달을 보고 있지 않았다.
/박명호 소설가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아 아파트 쉼터로 갔다.
반달이 참 정겹게도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달 쪽으로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다가 인기척에 뒤돌아보았다.
한 노인이 그림자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저 노인도 달을 보고 있구나! 제법 낭만적이네...
나는 그 노인을 알고 있다. 어쩌다가 아파트 주변을 산책...
<책상과 밥상 사이 > 13.직선과 곡선
직선과 곡선
작가 지망생이 글 잘 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지금 당장 친구들보다 더 잘 쓰고 싶은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를 물었다. "지금 잘 쓰면서 나중에도 더 잘 쓸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중에 대가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와인 이야기로 대화를 시...
<강석하의 짧은 시 >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은
타이머 기능 고장난
알람시계처럼
시시때때로
나를 깨워 흔드네
.............
나이가 많아지면서 점점 뚜렷해지는 변화...
생시와 잠의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숙면을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겨우 잠들었나 싶으면 한 시간도 못 되어 깨고
대신 낮밤 가리지 않고 비몽사몽일 때가 잦다.
무엇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고
...
<양왕용의 시읽기 7> 생각하기 나름 / 김시종
생각하기 나름
/김시종
대머리가 되어 시력이 좋다
백발에 염색할 필요가 없어,
시력을 해치지 않기 때문
집 앞 도로가 덜 직선이어서 좋다
차가 질주할 수 없어,
안전 보행이 가능하기 때문
-《시문학》2014년 9월호
*김시종(경북 문경시); 시조시인,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도약> 당선 데뷔,
안동교대 졸업, 초등, 중등 교직에...
<가요산책 24> 김추자의 비 속의 여인
김추자, 빗속의 여인
/이승주 시인
불을 끄자, 방안은 캄캄한 어둠의 심연. 그 고요하고 아늑한 심연 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이때가 가장 좋고, 이때부터 숨쉬기는 한결 수월하고 편안하다. 수심은 천장의 높이만큼. 나는 기꺼이 침잠한다. 아늑한 심연 속에서 아주 천천히 드러나는 얇은 미명(微明)의 옷자락에 싸인 어둠의 알몸을 본다. 이따금 고요한 어둠 속...
서지월의 만주詩行(9) 송강하역에서
-송강하역에서
노릇한 초가을 햇살이 금싸라기를 뿌리는 듯 내리고 있었지요 가족도 애인도 버리고 온 송강하역, 무슨 이유에선지 마지막 정열의 불꽃을 사루는 듯 맨드라미가 피를 내뱉듯 피어있었고 나는 여기에 눈을 맞추고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바람이 불다가 가야할 곳 잃어버리고 주저앉은 신세였습니다
사방 어디에도 유효우 그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만주족인 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27>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면민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면민
/박명호 소설가
그 시절 가설극장이 오면
장터 우시장에 천막을 치기도 전에
확성기를 단 구루마(달구지)가
먼저 골목골목을 누빈다.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00면민 여러분...”
우리는 돈이 없어 영화를 볼 수 없지만
괜스레 들떠서 구루마를 따라다녔다.
심지어 장터를 떠나 십 리 밖 자갈길
...
서양화가 예유근의 시간 기억
시간이란 조용히 흐르는 물이 아니라 거세게 회오리치는 깊은 심연과 같아서 기억의 소용돌이를 되돌리는 것은 너무 어렵다. 우리는 과거는 기억해도 미래는 기억할 수 없다. 내 시간의 엔트로피 화살은 심리적 화살로 기억될 뿐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간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시간이 유연하다는 이론은 많으...
<신악학궤범 11> 향악의 악조
향악의 악조
<제민이 /가곡전수자>
악학궤범 1권 서두에 등장하는 60조는 아악의 악론입니다. 그런데 향악의 악조는 아악과 다릅니다. 향악(鄕樂)이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사용하던 궁중음악의 한 갈래이며, 삼국시대에 들어온 당나라 음악인 당악(唐樂)과 고려 때에 들어온 아악과 구별되는 한국고유의 음악을 말합니다. 향악을 중국의 아악보다 낮다고 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