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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림, 시를 그리다 7> 연인
연인
최서림
아침 햇살이 부채 살 모양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장다리꽃과 배추흰나비가 길게 입을 맞추고 있다
하늘도 땅도 잠시 숨을 멈추고 있는 순간,
새의 알들이 하나도 깨어지지 않고 모두 부화하고 있다
마른 땅도 풀숲도 촉촉이 젖어들고 있다.
최서림 약력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1993년 『현대시』로 등단
2020년 아트인사플라자갤러...
바다 너머로—김 홍희의 ‘산복 도로’ 사진
바다 너머로—김 홍희의 ‘산복 도로’ 사진
배 학수(경성대 교수, 철학)
중국의 풍우란(馮友蘭, 1894년 ~ 1990년) 교수는 철학을 인생에 대한 체계적 사유라고 합니다. 철학의 정의는 시대마다 바뀝니다. 처음 철학이 시작하던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은 지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규정되었습니다. 어떤 식의 앎이든 그것을 추구...
<부산 文人 50인 얼굴> 강은교 시인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사랑法
<2020.8. 김홍희>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16> 오감도 烏瞰圖 /역전불가
오감도 烏瞰圖
-역전불가
곧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영감은 마당 가운데 널어둔 콩을 자루에 쓸어 담고는
헛간으로 옮기는데 낑낑거린다.
저만치 부엌에서 지켜보던 할망이 혀를 찬다.
“마, 비키보소!”
할망은 낑낑거리는 영감을 엉덩이로 툭 쳐낸다.
그 바람에 영감은 마당에 고꾸라지고 영감이 채 일어나기도 전에
콩자루를...
서양화가 예유근의 시간 기억
서양화가 예유근의 시간 기억
역사는 기억하는 자가 사라지면 왜곡된다. 가족의 죽음을 통해 죽음이란 것이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 나에게는 늘 가깝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성년이 된 후로도 바니타스(Vantitas) 작품들이 늘 눈에 들어왔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나의 작품은 황량한 들판 속에서도 시원의 빛과 생명을 찾아서 멀리 보고 있는 풍...
<가요산책 11>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
인생은 짧고 노래는 길다
―시가 있는 가요 산책 (11)
박일남, 갈대의 순정
내 어릴 적 어느 날 아버지가 전축을 사 오셨다. 쌀가마만한 스피커가 양쪽에 달리고 턴테이블 안쪽 벽면마다 거울이 끼워진 커다란 전축이었다. 지금 희미한 기억으로 아마 미8군에서 나온 것을 어떻게 구하셨다 하신 것 같다. 아버지는 그것을 대단히 애지중지하시고 늘 집안이 텅텅...
오늘의 시 5. 김춘수의 꽃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가요산책10> 패티김의 이별
패티김, 이별
스위치를 누른다. 시디에서 패티김의 「이별」이 흐른다. 퇴근길 나의 애마는 차 안 가득 선율을 담고 밀양강변을 달린다. 시종 풀었다 휘감으며 졸였다 놓았다 가락을 압도하는 패티김의 자재롭고도 애틋한 음색. 귀와 마음은 금방 노래의 선율을 따라 노을 진 잔물결이 된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15> 부마족駙馬族
부마족駙馬族
엉뚱한 송아지 부뚜막 위에 올라간다.
그가 이른 나이에 치매 걸렸다는 고향친구의 문자를 받자마자 피식하는 쓴 웃음이 먼저 나왔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그를 ‘부마’라고 부르고 있었고, 그는 늘 엉뚱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이상행동을 비교적 일찍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시절 그의 등에 ‘명숙애인’...
어리벙씨 피라미 선생 7
시도 아닌 것이 (7)
<인문학 수프9 > 네 편의 영화 이야기
네 편의 영화 이야기
재미있게 본 네 편의 영화 이야기입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권칠인, 2008), <취화선>(임권택, 2002), <검우강호>(소조빈, 2010), <리틀 포레스트>(모리 준이치, 2014)가 그것입니다. 모두 오래 전에 본 것들입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제 영화 취향의 맹점(盲點)을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입니다. 평소에 잘 ...
<부산 文人 50인 얼굴> 김성종 소설가
여명의 눈동자
한국 추리소설의 代父
<2020.7. 김홍희>
(4) 만주땅의 별미 고추볶음
만주땅의 별미 고추볶음
한국에서는 멸치똥 걷어낸
마른 멸치에 드문드문
풋고추 길게 썰어넣은 질펀한
고추볶음은 익히 먹어왔지만
길림에 가니까 진짜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고추볶음 최고였네
길게 썰어 말린 푸른 풋고추에
(말린 풋고추가 중요함)
소고기를 썰어넣어 볶은 고추볶음
《하얼빈문학》 창간기념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회 <문학의 밤>
...
<국악 다가가기1> 국악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국악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오음과 오장
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음악 동호회 모임이 아닙니다. 환자는 음악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음악치료란 환자가 음악을 듣거나 연주행동을 하게 하여 환자의 정서를 조절하는 심리 치료법입니다.
최근 한방에서도 음악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이승현 박사는 오음과 오장의 연관에 주목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14> 하이눈
하이눈
봄볕이 창에 가득하다.
엄마는 먼지를 닦는지 햇살을 닦는지 호호 창에 붙어 있다.
아빠와 목욕탕 다녀온 아들이 집에 들어서마마자 엄마에게 아빠 자랑을 한다.
“옆집 아저씨 꺼는 티코 만한데 아빠 꺼는 그랜저더라”
엄마는 코웃음을 쳤다.
“그랜저면 뭐하노, 터널에 들어오면 바로 시동 꺼지는데...”...
피에로
피에로
울고 싶지만
울고 나면
후련해지겠지만
그럴 수 없어
약속이니까
웃을 수밖에
.............
피에로의 얼굴은 늘 웃고 있다.
피에로의 삶이 늘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웃음 가면 뒤에 가려져 있을 쓸쓸함과 고단함을 누가 알겠는가.
그래, 너와 약속한 적이 있다.
함께 있지 못하더라도 늘 웃겠다고
아프지 않겠다...